
작가 : 川人忠明
원판 : 富士見ファンタジア文庫 | 角川書店
국내판 : 없음
키워드 : [
판타지] [
다크엘프] [
소드월드]
음모와 배신
17/20캐릭터
16/20액션
13/20 "괜찮습니까?"
다시 한 번 물어보면서 엘프 여인은 소년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소년은 놀랐다. 엘프의 손이 생각보다 차가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가움이, 소년에게 모든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 녀석을 도망치게 놔둔거야? 여기있는 놈들처럼 죽여버리면 좋았을텐데!"
바로 옆에 쓰러져있는 남자들의 시체를 날카롭게 가리키면서 소년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들은 우리 마을을 습격해서 모두 죽였어! 버질도, 세라도, 페트로도, 엘킨 할아버지도, 조다번크 아줌마도. 그리고, 그리고, 할아버지까지도! 모두 모두 이 녀석들이 죽였어!"
격정에 몸을 내맡긴채 소년은 외쳤다.
엘프 여인이 입고 있는 가벼운 가죽제 갑옷의 가슴부분을 작은 주먹으로 치면서 울고 있었다.
"하지만, 싸웠다면 당신이 휘말렸겠지요."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사무적이었다.
감정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없는 어조에 소년은 분노를 부딧혔다.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 라고 소년은 거칠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 녀석들을 모두 죽일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구!"
분노와 증오와 슬픔으로 가득한 터질듯한 심중의 감정 모두를 토해내려는 듯이 소년은 오열했다.
부서진 옷사이로 보이는 작은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그렇게 밉다면, 죽이겠습니까?"
"에?"
소년에게 있어서 그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나타난 소년의 푸른 눈동자가 엘프를 올려다 보았다.
"복수를 원한다면, 손을 빌려줄수도 있습니다." 라고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복수?"
되묻는 소년에게 엘프 여인은 대답했다.
"그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면, 원수를 갚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모두의 원수를.... 갚는다..."
소년은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기 듯이 중얼거렸다.
그 말의 의미가 천천히 몸속 깊숙히 파고들어, 마음의 밑바닥까지 물들여갔다.
소년의 심장의 고동이 어깨를 덮고 있는 손바닥에서 엘프 여인에게도 전해져왔다.
소년은 너덜너덜해진 옷의 주머니에서 하얀 보석이 박힌 은제 팬던트를 꺼냈다.
"누나. 이거 받아."
"이것은?"
"엄마의 유품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했어. 아주 비싼 거라면서."
그래서 그 도적때들에게 들키지 않게 꼭꼭 감춰두고 있었다.
"내가 누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거밖에 없어. 만약 모자라면 나중에 뭘해서라도 지불할테니까... 그러니까 부탁해! 복수를 도와주세요. 나는 모두의 원수를 갚고 싶어!"
결의를 충만한 진지한 눈동자가 엘프의 여인을 직시했다.
"그건 필요없습니다. 저는 모험자니까요."
"모험자?"
"예, 당신들의 영주에게서 마을을 계속해서 습격하는 불순한 무리들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고, 동료들과 함깨 막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인 자들임에 틀림없겠지요. 그러니 당신이 의뢰비를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주님이?"
"예."
엘프 여인은 간결히 대답했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채 뭔가를 생각하다가 털어내듯이 목을 저었다.
"아니야, 그래서는 안돼." 라며, 얼굴을 들었다.
"내가 하는 의뢰가 아니면 안돼! 내가 모두의 원수를 갚고 싶어! 그러니까 이걸 받아줘요."
어머니의 유품인 팬던트를, 소년은 여자앞에 내밀었다.
그 손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런 심경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엘프 여인의 얼굴에
조금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비에 젖은 아기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오히려 털을 곤두세우는 것을 봤을 때처럼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부탁해요." 라고 소년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알겠습니다..."
엘프 여인은 대답하면서 팬던트를 소년의 손에서 받아갔다.
"그 대신 이것을 지니고 있으세요."
엘프는 허리의 벨트에서 한자루의 단검을 뽑았다.
그것을 정중하게 양손으로 들어 소년앞에 내밀었다.
그것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외날의 단검으로, 칼날에는 뭔가 문자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하위고대어라고 부르는 고대마법왕국에서 썼던 언어이지만 소년은 알 도리가 없었다.
칼자루에는 여인의 모습이 정묘하게 조각되어있다.
"왜, 이것을?"
소년은 불가사의한 얼굴로 물었다.
"복수에는 칼이 필요하니까요."
엘프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증오스런 적의 몸 깊숙히 찔러넣어 그 목숨을 끊기 위한 칼을.
"응."
소년은 하얗고 차가운 손에서 단검을 받아쥐었다.
마치 복수의 여신과 계약을 나눈듯한 기분이 들었다.
증오와 분노로 적을 죽이기 위한 칼을 손에넣는 대가로 자신은 어머니의 유품인 팬던트이상의 무언가를 잃지 않으면 안된다는, 막연하고도 어둑한 예감.
"조금 떨어진 곳에 저의 동료들이 야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곳으로 돌아갑시다. 당신을 소개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달빛속에서 담담하게 환상적인 미소를 떠올렸다.
"당신의 이름을 듣지 못했군요."
"나는... 나는 아마데오. 누나의 이름은?"
"베라 입니다."
아름다운 엘프 여인은 그렇게 대답했다.
<다크엘프의 입맞춤>은 크리에이터 집단인 '그룹SNE' 의 주력 게임디자이너이자, 소설가인 카와히토 다아키의 작품으로, 암흑신 파라리스를 정교로서 신앙하고 있는 음모와 혼돈이 만연하는 왕국 판도리아를 무대로, 엘프로 변장해서 경호대장의 신분으로 자신의 정체와 목적을 감추고 있는 다크엘프 첩자 베라와, 그녀의 정체를 모르는 채 부하로 따르고 있는 젊은 경비대원 아마데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물입니다.
그룹SNE는 일본의 인기 RPG시스템 '소드월드'를 만들어낸 야즈다 히토시를 중심으로한 게임, 소설, 만화, 애니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본래는 SF소설 동호회에서 시작한 모임으로 맴버 대부분이 소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의 종사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로도스도전기>의 작가 미즈노 료 역시 그룹SNE의 맴버중 한 사람입니다. 이들은 일본판타지붐을 주도했고, 소드월드 세계관을 배경으로한 판타지 작품들을 후지미 판타지아 문고로 출판해 많은 인기를 누렸으며, 지금도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독자들은 기존의 판타지물에 식상하는 경우가 많아, 소드월드 노벨류의 작품은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만, <다크엘프의 입맞춤>은 용사의 모험류 작풍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소드월드 팬들은 물론, 일반 라노베 독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판타지물이지만, 엘프로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판도리아 왕국의 권력층에 침투해있는 다크엘프 여인 베라를 주인공으로하는 피카레스크 소설(악한 소설)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가 선이고 악인가, 심지어 누가 진정한 적이고, 아군인가도 극명하게 나뉘지 않으며 음모와 비밀로 엮어진 각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관계구도와 하드한 전개가 장점입니다.
특히 주인공인 다크엘프 베라는 이제까지 엘프 캐릭터에서 보기힘든, 마법의 귀걸이로 엘프로 변장한 다크엘프라는 설정에, 냉정함과 지모를 지닌 상당한 매력을 갖춘 캐릭터입니다. 베라와 남주인공격(
남자 히로인)인 아마데오와의 인간관계도 판타지에서 흔해빠진 엘프와 인간 커플같은게 아닌, 비밀과 거짓이 진심과 얽혀버린 뭐라할수 없는 위험한 관계라는게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엔젤하울링> <기린은 한결 같이 사랑한다>등의 작품으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열에 오른 시이나 유우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캐릭터들의 매력이 대폭 증가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법전사 리우이>나 <로도스도전기>와 같이 RPG게임 소드월드의 배경세계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소드월드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는 독자도 아무 지장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소드월드 RPG팬이라면 권말부록으로 각 캐릭터의 소드월드 RPG식 캐릭터 데이터와 아이템 데이터등이 수록되어있는걸 보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베라의 캐릭터 데이터를 보면 로도스도전기의 피로테스나 디드릿트의 작품 중후반쯤과 엇비슷한 수준인듯 한데, 저로서는 솔직히 저 두 캐릭터가 음모와 정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베라의 지모를 당해낼수 있을 것 같진 않더군요. 베라는 히로인격인 캐릭터가 아니라서(웃음).
1권에서는 전사 1렙 경비대원이던 아마데오는 권수가 더해질수록 레벨업을 합니다, 그래도 쪼랩이지만(웃음)
◆ 어두운 음모와 은은한 매력으로 가득한 피카레스크 로망
◆ 읽기 쉬운 문장과 소드월드의 세계를 몰라도 아무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
◆ 액션모험 판타지물과 다른 색다른 판타지물을 원하는 독자가 즐길만한 작품
◆ 엘프로 변장해 있는 다크엘프 베라의 뛰어난 매력
◆ 작품과 잘 어울리는 시이나 유우의 미려한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