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The Killer Whale
감독 : 마이클 앤더슨
출연 : 리차드 해리스, 샬롯 램플링, 보 데릭, 윌 샘슨
이오공감에 뜬 포스팅
범고래VS백상아리를 보고 갑자기 오래전에 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올카'라는 범고래 영화인데요. 포스터를 보다시피 범고래가 사람을 습격해서 죽이는 영화 '죠스'의 아류작입니다. 어렸을 때 주말의 영화인가 명화극장에서 방영했었고 비디오로 한 번 빌려봤던 영화지요. 아마 기억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범고래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기본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킬러괴수를 그린 영화는 아닙니다. 주역인 범고래에게 의인화를 부각시켜놨기 때문이죠. 아이큐가 60이라는 똑똑한 범고래인만큼, 영화에서 등장하는 수컷 범고래 '올카(편의상 이렇게 부르겠습니다)'는 정말 인간 못지 않는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한 쌍의 범고래.
그러나 한 인간의 이기심이 이 아름다운 생물을 복수에 미친 살인괴물로 만들고 맙니다.
올카는 처음부터 인간을 습격하는 범고래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기짝과 평화롭게 살아온, 인간과도 친숙하게 지내는 범고래였죠. 영화 초반부에 상어에게 습격당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때 올카가 상어를 물어죽여서 구해주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한 척의 상어잡이 어선이 올카의 짝인 암컷 범고래를 잡게 됩니다. 그때 선원들은 암컷 범고래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고 놔주자고 주장하지만, 선장은 물에서 거꾸로 끌어올려서 죽게 만들지요.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던 암컷 범고래는 그만 유산을 해버리고 맙니다. 뱃속에서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사람의 아기 모습과도 흡사한 범고래 새끼가 갑판위에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자, 선장은 거칠게 물호스를 뿌려서 그 새끼를 바다에 빠뜨려버립니다. 당연히 새끼는 죽었죠.
그리고 모든 비극을 올카가 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너무 오래전에 봐서 군데군데 흐릿하지만 단 한가지만 똑똑히 기억납니다. 그건 바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자신의 짝과 새끼를 수면위에 떠서 지켜 보는
올카의 분노에 찬 눈동자. 그 장면은 정말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동물은 원한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똑똑한 동물중에는 진짜 '인간에 대한 증오'를 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예는 코끼리지요. 인간에게 쫓김을 당하고 자기 무리나 가족이 죽는 걸 너무 많이 본 코끼리는 정신적인 외상을 입고 인간에 대한 공격성을 띄게 됩니다. 그런 코끼리는 인간을 보면 달려들어서 밟아죽여버리고 말죠.
이렇게 종종 범고래의 눈동자가 뭔가를 주시하는 장면에 전율
범고래 역시 그런식으로 감정을 품을 수 있을만큼 똑똑한 동물이고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품게 된 올카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입니다. 죠스처럼 그저 먹이로 먹는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 겁니다. 잇달아 물고기가 잡히지 않고 어부들이 살해당하자 사람들은 올카를 사냥하려고 하지만, 올카는 진짜 인간 뺨치는 지능과 집요함으로 인간들을 농락하면서 오히려 사냥꾼들마저 학살해버리지요. 수중에 박힌 가스탱크를 부숴서 항구를 완전 작살내버릴 때는 이놈이 진짜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올카의 자식과 아내를 죽였던 놀런 선장은 자신이 모든 비극의 원인임을 자각하고 자기 인생을 바쳐 올카의 숨통을 끊으려고 하죠. 여기서 이 영화는 '모비딕'과 비슷한 놀런 선장과 올카의 숙명적인 대립구도가 생기면서 이야기를 심도있게 이끌어나갑니다.
어린 나이에도 정말 영화보는 내내 왜 새끼를 밴 암컷 범고래를 죽여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과 슬픔과 분노에 가득찬 올카의 눈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경고하는 반인간적인 주제의식, 올카의 분노와 슬픔을 대변하는 섬세한 연출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멋진 음악까지.. 이 영화는 단지 죠스같은 남량특집 영화로 보기에는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갑판위에서 죽어가던 반려와 새끼의 죽음을 목도하던 올카의 눈동자를 보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졸래 유치한 올카 한국판 비디오 표지
돌고래가 아니라 범고래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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