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웨슬리는 전철소음에 쩌렁쩌렁 흔들리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학생시절 왕따였던 화풀이를 부하에게 푸는 뚱뚱하고 성깔 더러운 상사에게 쪼이고 있으며, 동거하는 애인이 날마다 직장동료와 섹스하는걸 알지만 거기에 항의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셀러리맨이다. 설상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날뛰는 병까지 있다. 한계는 이미 오래전에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운명에 선택된 주인공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시궁창. 자신이 사회의 거대한 부속에 딸려돌아가는 작은 톱니바퀴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에 하루하루 절망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통장잔고에 남은 14달러를 인출해 언제나처럼 수퍼마켓에 들렀더니 오금저릴 정도로 근사한 미인이 자신에게 뚫어질듯한 관심을 준다. 그녀는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수수깨끼의 암살조직인 ‘결사단’의 단원이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가 결사단 최고의 킬러였댄다. 느닷없는 총싸움과 카체이스에 휘말려 죽을뻔하고, 미녀킬러에게 이끌려 결사단의 아지트까지 가게된 웨슬리는 거기서 '양때중 하나로 살아가겠나, 운명을 좌우하는 늑대가 되겠나.' 라는 자신의 본질을 꿰뚫는 기로에 선다.
웨슬리는 자신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운명의 주인공이었음을 알게된다. 스트레스성 심장병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은 사실 1분에 400회를 뛰며 놀라운 신체반응속도를 부여하는 킬러의 재능이었고, 잔고 14달러의 통장에는 아버지의 유산인 3백만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아아, 나는 태생부터 늑대였지 양따위가 아니었어!
난 멋진 놈이다!
웨슬리는 그동안 참아온 모든걸 폭발시킨다. 뚱땡이 상사에게 '넌 고교시절 왕따에 하루하루 도넛만 쳐먹는 싸가지 없는 년일뿐이지'하고 적나라하게 까발려주고, 사비털어 장만해야했던 인체공학적 키보드로 자기 애인과 펌푸질했던 직장동료의 아가리를 작살낸다. 지금까지 지랄같았던 인생따위 엿처먹어라! 그는 자신의 본래태생인 늑대(킬러)가 되는 운명을 수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영화는 지극히 개인주의와 운명론에 기반하고 있다. 헐리우드 액션영화는 개인의 한계, 사회적인 한계를 깨부수며 자신의 잣대로 단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쾌감을 선사해왔지만, 원티드에서 주인공 웨슬리의 1인칭 시점으로 이끌어가는 스크린은 더욱 냉소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사회에 속해 살아가고 동시에 사회틈바구니속에 뭍혀버리는 왜소한 자기 자신을 폭발시켜버리는 대리만족성향이 강한 이 영화는 사실 은근히 생각해볼만한게 깔려있지만, 휘어나가는 총알과 720도로 뱅글뱅글 도는 자동차의 화려한 액션신으로 그 메세지를 유야무야하게 덧칠해놓는다. 어찌 보면 생각할 필요 없는 액션영화로 포장해놓고 스크린밖의 관객에 차가운 조소를 날리는듯한 영화다.
영화에서는 1000년의 역사에, 인간의 의지가 아닌 헤아릴수 없는 운명의 의지를 전달하는 방직기의 예언을 통해서 암살을 행하는 암살단을 등장시키고, 이들에게 엄청난 살인기술을 부여함으로 '킬러' 라는 존재를 사회의 틀을 초월한 존재로 둔갑시킨다. 그리고 웨슬리는 '멋진 놈'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모든 굴래에서 벗어나 타인과 극명히 구분되는 존재이길 바란다. 이 원티드라는 영화는 이 자뻑적인 주인공에게 기꺼이 분출구를 재공한다. 남들과 다른 운명, 초인적인 킬러의 운명을 말이다.
이 영화에 웨슬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기 운명의 '완성' 그 운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야할 운명의 원점을 찾고 거기서부터 나아가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려고 발버둥친다. 그가 기차와 함깨 절벽에서 떨어지는 몇백명의 승객이 죽던말던 크로스를 쫓아가 죽이려했던걸 보면 그가 얼마나 자기 운명을 완성시키는데 집착하는지 알수있다. 끝까지 암살단의 신념에 충실했던건 폭스였지, 웨슬리는 아니었다. 그도 슬로언처럼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개인적인 욕망에 충실한 인간인 것이다.
지독히 꼬인 개인주의와 운명론의 결합이라고 할수있지만, 남보다 뛰어난 힘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명령받지 않고, 내꼴리는대로 살고 싶다는 욕망이야, 누구나 가져볼만한 욕망이고, 입밖으로는 말안해도 현실세계에서 많은 인간들이 품은 궁극의 원망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속의 웨슬리는 실제로 그렇게 됐다. 스크린밖의 관객이 자기에게 뭐라하든 말든 --;;;
웨슬리가 암살단의 아지트를 공격했을때 무수한 시궁쥐에게 폭탄을 달아 치명적인 무기로 둔갑시키는 장면은 어찌보면 총을 든 사람이 총이 없는 사람의 우위에 선다는 원시적인 법칙을 은유하는것 같다. '쥐새끼도 폭탄 달면 무섭다' 가 '시발 내가 총들면 다 뒈졌어'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원티드는 그저 보고 즐기는 액션 영화겠지만, 그 속에 삐딱한 현실에 대한 차가운 비웃음, 누구 말을 빌리자면 '미개하진 않지만 현명하지도 않은' 사회를 조각조각내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자신이길 바라는 이기적인 쾌감이 느껴지는 영화다.
기껏 스크린속에서 총들고 멋지게 날뛰는데 뭣하러 남을 생각해주는 히어로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