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극장에서 보고 왔습니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영화는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하이컨셉은
'프레데터랑 에일리언이 붙는다' 이며 이거 말고 다른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말그대로 여기서 인간들은 두 외계종족의 싸움에 휘말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외에 아무 것도 아니며, 영화의 핵심부분은 대사 한 마디없이 서로 피튀기며 싸워대는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꼬꼬마 연습생 프레데터들의 눈물겨운 악전고투였던 1편도 재밌게 본 저입니다만, 2편은 확실하게 '1편은 초라했다' 라는 재평가를 내릴 정도로 만족스런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에 나오던 로망과 명장면들은 알차게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볼 수 있는 팬들이라면 정말 환호하면서 볼수 있는 영화입니다. 정말 영화관에서 봐야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끝나고나서 친구들하고 프레데리언에 대해서, 그리고 멋드러진 울프 프레데터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벌이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 각 종족에 포커스를 맞춘 분석이니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에일리언 - 에일리언 시리즈에서도 그래왔지만 우주에서 가장 흉악하게 진화된 이 외계종족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줘 왔다. 숙주의 유전자와 능력을 흡수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에일리언의 이 능력은 프레데터라는 개체로서 전투력과 생존능력이 뛰어난 종족을 숙주로 프레데리언이라는 강력한 존재를 탄생시켰다.
이번에 AVP2에서는 퀸 에일리언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것은 프레데터의 극히 전투적인 특성과 생존능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일리언들의 우선과제가 번식이었던걸 감안할 때, 최초에 프레데리언은 프레데터의 우주선에 있던 에일리언 유생인 페이서를 풀어줘 성체 에일리언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프레데리언은 병원의 인큐베이터에 있는 갓난 아이들을 본 순간, 퀸 에일리언이 확실히 불필요하다고 단정을 내렸던 것 같다.
프레데리언은 임신중인 산모의 체내에 직접 에일리언 유생을 주입시켜 '퀸이 알을 낳아, 유생인 페이서가 숙주에게 기생하여 성장하는 과정'을 생략시키고 바로 에일리언 성체로 부화하게 만들었다. 이것으로 에일리언들이 유생에서 성체화되는 과정은 거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완료되었으며, 이것은 기존 에일리언들의 번식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졌다는걸 의미한다. 이쯤되면 퀸 에일리언의 존재는 정말 헌신짝보다 가치가 없어진다. 퀸 에일리언보다 뛰어난 생존력을 가진 프레데리언은 병원을 하이브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산모 하나에서 네,다섯마리의 에일리언을 만들어낼수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프레데리언을 바로 사령탑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중심으로 기존의 행동양식마저 바꿔버리는 에일리언의 놀라운 적응력이다. 이들은 진짜 타고난 살인머신이지만, 프레데리언이 등장한 뒤부터 이들의 이합집산과 사냥솜씨는 좀더 신속하고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내가 에일리언의 가장 무서운 점으로 보는건 그 엄청난 은신능력이다. 이들은 정말 앗하는 순간에 바로 뒤에 와있다! 심지어 놀라운 감지 센서를 가진 프레데터들 조차도 이들에게 뒷치기를 당할 정도니, 인간은 정말 말할 것도 없다. 주방위군이 앗하는 순간에 이들에게 전멸을 당한 가장 큰 원인도 에일리언의 전술적 능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 본다.
이 작품의 주인공중 하나인 프레데리언은 진짜 굉장한 놈이다. 프레데터의 전투적 특성을 꿰고 있는 듯한 놈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감탄케 만들었다. 울프 프레데터와 조우한 순간부터, 이놈은 풀장비의 프레데터(더군다나 연습생도 아닌 역전의 사냥꾼)상대로 전면전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에일리언들을 미끼로 내보내면서 장비를 소모하게 만들고, 빈틈을 보이면 느닷없이 달려들어 한 방 먹이고 튀어버리는 교활함을 보인다. 조금만 적의 공세가 강해지면 주저없이 물러섰다가 전력과 힘을 보충해 다시 공격해오는 것이다. 결국 프레데리언이 전면승부를 걸어온 건 울프 프레데터가 대부분의 장비를 잃고 육탄전으로 승부를 봐야할 상황에 몰려서 였다.
전투상황에서도 프레데리언은 프레데터의 각종 무기에 대해서 기민한 대처를 보인다. 꼬리로 울프 프레데터의 채찍을 방어하는 모습이라던가, 보통 에일리언에게서 볼수없는 체계성마저 보이는 격투능력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하지만 프레데리언은 프레데터의 투쟁심마저 이어받은 걸로 보이는데, 마지막에 울프 프레데터가 헬멧을 벗고 순수 육탄전의 마지막 승부를 걸어올 때 프레데리언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해했고, 도전을 받아들이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에일리언 종족에게는 불필요했던 투쟁심 때문에 막판에 울프 프레데터를 극히 불리한 상황에 몰아넣었음에도 싸움은 양패구상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프레데터 - 타고난 사냥꾼이자 전사들인 프레데터에게 있어서 에일리언이란 상대해볼만한 위험한 맹수 수준인 것 같다. 이들이 에일리언의 유생을 기르고 전사의 훈련대상으로도 써먹는다는건 에일리언의 위험성을 간과했다기 보다는 되려,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냥감으로 더 없이 훌륭한 적수임을 인정한 것이리라. 지구인들 대부분은 그들에게 유약한 사냥감일 뿐이지만, 더러는 강인한 인간을 대등한 전사나 적수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에일리언은 그들에게 순수한 맹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그 정도로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우주선을 가지고 노는 시점에서 이미 지구인은 그들의 적수가 안 된다) 이들은 개체적으로도 월등한 전투능력과 발달된 감각기관, 또한 투쟁심을 가지고 있어 친절하게도 우주에서 레이저나 운석을 날리기 보다는 직접 내려와서 맞짱 뜨길 좋아한다.
이들의 행동원리는 싸울만한 가치가 없는 놈은 죽일 가치도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프레데터2에서 좀 더 확연해진 것으로 프레데터에게 무기를 꼬나들고 댐비면 '그래 나랑 죽을 때까지 싸우자'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프레데터 팬들에게는 프레데터 1에서 '아놀드주지사님과 싸우던 프레데터는 종족중에서도 좀 삐뚤어진 녀석이었다'라는 해석이 많다. 이번 AVP2에서 프레데터는 가급적이면 지구인의 눈에 띄이지 않게 행동하려고 일일히 시신을 용해액으로 은폐하면서도, 자신을 본 경찰관의 시체는 매달아놓은 사냥꾼의 철칙을 준수하는등 다소 상반되고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살인마는 아니다. 그의 사냥감은 어디까지나 프레데리언이었던 것이다.
당초에 프레데터의 모성이 등장한다는 낚시에 걸린 나는 무슨 회의라던가, 프레데리언을 사냥하기 위한 특공대를 보낼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난 이 멋드러진 사냥꾼 종족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프레데터 정찰선에서 날뛰는 프레데리언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우리의 울프 프레데터님깨서는 포효 한 번 질러주시더니,
자기 헬멧과 무장을 대뜸 챙겨서는 모성의 배경조차 제대로 안보여주시고 지구로 단독출동하시는 호쾌함을 보여주셨다! 단지 홀로 지구에 내려서서 그가 보여주던 일련의 행동은 진짜 사냥꾼이자 전사인 프레데터의 모습이었다. 죽은 동료의 헬멧을 어루만지며 애도를 하고, 죽은 동료의 플라즈마 광선포를 반대쪽 어깨에 장비한 것은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에일리언의 타액을 분석해 감지센서에 기록시키고 무장과 장비를 보충하고, 우주선을 자폭시키는 뒤처리를 깔끔히 해치운 그는 지체없이 프레데리언의 뒤를 추적한다.
프레데리언의 위험성을 좌시할 수 없는 종족으로서의 사명감과 일찌기 만나기 힘든 사냥감이라는 사냥꾼의 열정, 이 두 가지가 이 울프 프레데터를 움직이게 만든 것일테지만, 그는 AVP에서 등장한 꼬꼬마 연습생들과는 다르게 확실한 대에일리언 전투의 프로페셔널이었다.
하수도 내에서 처음으로 울프 프레데터가 에일리언과 전투를 벌일때 그는 맨처음 벽에 반향된 음파를 이용해서 하수도의 구조를 파악한 다음, 에일리언의 전술을 숙지하고 레이저 그물을 미리 세팅해두어 자신을 미끼로 삼아 에일리언들을 유인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레이저 그물이 전개된 순간 그를 포위했던 에일리언들은 되려 갇혀버린 꼴이 되었다.
정확한 더블 플라즈마 광선포의 맹공과 육탄전에서 두 마리의 에일리언을 목을 쥐어잡고 들어올리는 울프 프레데터의 강력함은 이미 AVP1의 연습생들 수준이 아니다. 도중에 프레데리언이 개입해 탈출로를 뚫지 못했더라면 거기서 성체 에일리언들은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프레데리언조차도 처음부터 그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렇게 폭풍간지를 보이신 우리 울프 프레데터님깨서는 도시 발전소에 에일리언들이 보이자 다짜고짜 플라즈마 광선포를 쏴버리는 참으로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이셔서 또다시 나를 감탄케 했다, 그렇지 지구인들 사정따위 일일히 신경쓰면 그건 프레데터가 아니지(...). 그러나 에일리언들과 싸우는 와중에서도 그도 상처를 입고 장비도 하나둘씩 잃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플라즈마 광선포가 제 기능을 발휘못하자, 마치 총처럼 들고 쏘는 방식으로 고쳐버리는 멋진 응용력마저 보여준다.
AVP1에서 마지막 훈련생이 에일리언과 상대하기 위해 지구인과 협력한 것과 달리, 그는 지구인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되려 지구인을 미끼로 에일리언 낚시를 했으면 했지, 지구인과 어떠한 컨택도 취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에일리언을 가르고 나간 차크람에 지구인 여자가 꿰여죽어버린 사태에 대해서도, 분노한 남자친구가 돌격소총을 갈겨와도 그의 반응은 기껏해야 '뭐야 이거?' 수준밖에 안 됐다. 그저 묵묵히 에일리언을 죽이면서 프레데리언을 추적할 뿐.
영화 클라이막스에서 인간들이 자신의 플라즈마 광선총을 들고 갔어도, 그걸 회수하기 보다는 눈앞의 에일리언과 싸우는 걸 택한 그는 진짜 우주의 꼴통 프레데터의 진면모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막판에 프레데리언과 전투에서 헬멧을 벗어제끼고 육탄전에 도전하는건 프레데터 시리즈의 백미이긴 하지만, 동시에 프레데리언의 투쟁심을 자극하기 위한 그의 사냥꾼으로서 노련함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프레데리언과 서로 맞찌른 상태에서 핵폭발에 휩싸여 최후를 맞이하지만 홀로 수많은 에일리언을 장사지낸 프레데터의 능력을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인간 - 말그대로 이 작은 도시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격전장이 되면서 인간들은 이들의 숙주가 되었다가 미끼가 되었다가 방해꾼이 되었다가 하는 완전히 초자연적인 존재앞에 무참하게 유린되는 꼴을 보인다. 물론 프레데터나 에일리언 시리즈에 등장했던 이런 무시무시한 존재들에 대항하는 강인한 인간상이 나오지 않는건 아니다.
여군 아줌마는 어딘지 모르게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를 연상시키며, 남주인공은 프레데터 시리즈의 남성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일면이 있다. 그러나 구색은 맞추되 이들은 두 외계존재들과 처절한 교류와 격전은 배재되어있다. 왜냐하면 에일리언도 프레데터도 인간따위보다 지들끼리 싸우느라 바쁘고, 인간들은 잔챙이 에일리언과 간간히 툭탁대며 도망쳐다니기 바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저 적당히 바이오하자드나 찍고 있을뿐, 영화의 주역은 명백하게 이들이 아니다.
AVP2에서는 그렇게 대놓고 들어날만큼 인간에게 할애된 장면이 대폭 줄어들어있다. 반면에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굳이 프레데터를 이용할 생각은 하지않는 자립적인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는듯하지만, 막판에 남주인공이 프레데터의 플라즈마 광선포를 주어들고 싸워대는 모습에서 그런 점이 퇴색된 감이 없진 않다.
결국 이 영화의 마지막이 '인류는 플라즈마 광선포를 손에 넣었다!'로 귀결되서 뻘쭘한 느낌이 있긴하지만, 현 과학수준에서 메카니즘 해석에도 얼마가 걸리지 모를 플라즈마 광선포 하나로 뭐가 당장 어떻게 될 거 같지않다. 어쩌면 이걸로 미래에 에일리언 시리즈와 이어보겠다는 어떤 포석이 아닐까 싶지만.. AVP3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