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 Wresling with the Angel (1855)
나의 이상(理想)은 내 몸이 썩어 흙속에 뭍혀도 두고두고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그림이건 글이건, 노래이건.. 어떤 형태를 가지는 가는 상관이 없었다.
그건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고,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넘어서, 사람들의 악의조차 이겨내고 소통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만 있다면 나는 모든 걸 다 희생할 수 있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나 자신조차도 기꺼이 죽이고, 버려버릴 수 있다. 악마가 영혼을 담보로 속삭인다면 그까짓 영혼따위 얼마든지 넘겨버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악마의 유혹도 천사의 기적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치졸한 망상과 아집이 통용되기에는 창작은 순수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천사와 악마도 부정하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빚어내야만 스스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작품을 진정 나의 것으로 세상의 품에 안겨줄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남이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 인간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비루하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도 창작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창작에 손을 대왔다. 음악,디자인,미술,만화,애니메이션,게임...
그리고 어느 것에도 정착하지 않고, 결국 돌고 돌아서 내가 도달한 곳은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이게 내가 도달한 마지막 강가였다.
항상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데도, 이루워질수 없는데도..
어째서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은 사그러들지 않는걸까, 괴로워 해왔다.
그 결과, 나는 작품의 퀄리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가지게 되었고, 나 자신이 버림받는것에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세상에서 내 작품이 버림받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겁을 먹는 겁쟁이가 되었다. 그런 한심하고 추한 자신을 바라볼때마다 멈추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만두지는 못했다.
나 자신은 지옥에 떨어져도 나의 작품만은 천상에 올리면 나는 모든 욕심을 태우고 그저 바람속의 재가 될 수 있을터인데... 나의 이상은 결코 품에 안을 수 없는 환상속의 여인처럼 저 먼 곳에서 사라지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끝내 지쳐서 쓰러져 죽을 걸 알면서도 나는 지금도 마지막 강가에서 나의 이상(理想)과 싸우고 있다.
하다못해 걷고 걸어서, 싸우고 싸워서..
이상의 발치아래에서 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면...
내 싸움의 흔적은 그 강가 어딘가에 남아서 누군가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