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없는 12월 (天使のいない 12月) (18禁)


† 스마데라 유키오 †



죽음을 속삭이는 사신과도 같은 천사, 천사의 얼굴을 한 사신...
죽음에 사로잡힌 소녀.. 스마데라 유키오.

그녀의 일러스트는 아름다운 장면이 가장 많습니다. Leaf의 캐릭터 인기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캐릭터입니다. 취향상 시노부쪽으로 더 기울어진 건 사실입니다만, 그녀가 내포하고 있는 '죽음' 의 냄새는 실로 위험하고도 매력적입니다. 일찌기 이 정도로 죽음을 미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을까요. 그야말로 유키오의 대사는 죽음으로 유혹하는 사신의 속삭임과도 같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안식처인 옥상에서 황혼에 젖어있는 스마데라 유키오의 모습을 보고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그녀의 분위기에서 죽음의 냄새를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유키오는 왠일인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자신의 자살원망을 주인공에게는 숨기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주인공은 머리속에 각인된 유키오의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마치 자신도 죽음을 택해버릴듯한 정신적인 위기감에 몰립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것으로 그것을 회피하는 것도 잠시..

유키오는 우연히도 주인공과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주인공의 마음의 동요를 깨달은 유키오는 살아있는 자신의 몸을 안는 것으로 삶의 실감을 찾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동생 에미리가 짝사랑하는 선배는 다름아닌 유키오였으니..

유키오의 시나리오에서는 주인공 - 유키오 - 에미리로 이루어지는 갈등관계가 중점이 됩니다. 유키오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존재을 잃을 때의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감정을 죽이고 '죽음' 이라는 혼자 걸어가는 오솔길을 택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이 타인과 접점을 가지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것과 같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생을 추구하지만, 유키오는 죽음을 추구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죽음을 향한 오솔길에서 그녀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소원하며.. 죽음에서 한 발자국 앞에 섰을때, 자신의 옆에 같이 서있어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그녀는 삶을 향해 돌아서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광기.. 유혹적인 죽음의 냄새.. 상실의 멍에.. 그런게 느껴지던 스마데라 유키오편이었습니다.

† 아소우 아스나 †



천사가 없는 12월의 누님 아소우 아스나상입니다. 할렐루야~! (?)
이 게임에서 가장 즐거운 명대사를 많이 들려주는 유쾌한 유머의 누님인 동시에 그만큼 시나리오에 무게가 있는 아가씨입니다.

주인공의 이해자이자 아르바이트 선배격인 아스나는 일견 완벽해 보이는 여성입니다. 불어학과 대학생에 미인. 마음을 터놓기 쉬운 성격에 매혹적인 성적 매력마저 가지고 있는 아스나는 인생에서도 주인공보다 몇걸음앞에 나가있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녀는 인간관계와 자신에 대해 회의적인 주인공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면서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를 이끌어줍니다. 그런 아스나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주인공. 그는 아스나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애정을 받아들이고 그곳에 안주하게 되지만, 한편으로서는 자신이 이렇게 아스나에 기대어 행복해져도 되는 것인가.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던차에 우연히 아스나의 과거를 알게 되고...

아스나는 이 작품의 다른 캐릭터와는 달리 이미 한 번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 캐릭터입니다. 응당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부모의 사랑도 받을수 없었기에, 그녀는 채워지지 못한 마음을 안고 안주할 장소를 찾아헤메다가 결국 처참하게 부서졌었습니다. 아스나는 그때 사회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이 가진 냉혹성을 몸소 체험했고, 그것을 정직하게 약한 자신을 내보이는 '약함' 탓이라고 여기고 피나는 노력끝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것은 언급하는 것조차 괴로운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성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죽이고 산산히 찢어서 남들에게 보기좋은 모형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애써 만든 그 모형은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아스나가 바라는 것은 자신을 원하는 진실한 마음인데,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더라도 그것은 '약하지만 진실된 자신' 이 아닌, '만들어 낸 자신' 이 되고 맙니다. 결국 자신은 강해져있을지 모르지만 원하는 것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은 것입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란 동시에 두 가지를 거머쥐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거머쥐고 오랫동안 잡고 있던 그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른 하나에 손을 뻗을 수 있으니..

아스나 역시 그런 자신의 모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약하고 무력했던 자신으로 돌아갈바에는 차라리 지금에 머물러있기를 바랬던 거겠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자신이 저주하던 그 약함이 자신을 원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진실된 것임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어주었습니다. 약하다는 건 극복해야하는 것이지만... 아주 버려야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하즈키 마호 †



개인적으로 마호같은 보이슈한 스포츠 소녀는 취향권외라.. 하마터면 플레이하지 않고 지나갈뻔한 하즈키 마호입니다. 캐릭터의 개성적인 면에서는 다른 캐릭터보다 어필이 약합니다만, 마호 시나리오에서는 사랑과 섹스의 경계, 그리고 거기에 얽혀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그 나이 또래의 관점에서 좀더 심도 있는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마무리를 장식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일지도 모릅니다.

마호는 주인공의 친구인 미사오와 사귀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때 미사오와 선을 넘게 되는 데에 그녀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고 섹스와 사랑에 대한 자기 나름의 고뇌에 빠지게 되고, 그때부터 미사오와의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왜 꼭 섹스를 해야하는가? 단지 쾌감을 위해서라면 그건 약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꼭 섹스를 안하면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마호는 이러한 고뇌를 토우코와 섹스만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상담하게 되는데..

사실 요즘처럼 사랑이 넘치는 시대가 있을까요? 노래, 영화, 만화, 문학등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사랑의 형상을 보게되고, 저마다 사랑에 대한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고, 기본적으로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게 좋다' 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과 결혼의 상관관계와 마찬가지로, 사랑과 섹스가 확실하게 결합된 형태로 사람들에게 인식된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마호 역시 사랑에 대해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한다' 는 감정을 좀더 소중하고 진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고, 애정에 섹스라는 육체관계를 추가할때 무언가 변해버릴 것같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경험'에 의해 이해한게 아닌, 자기나름대로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상형'에 가깝지만요.

마호 편은 토우코편과 함께 섹스라는 테마에 대해서 가장 접근하고 있습니다. 토우코가 긍정적인 면으로 결론 지어졌다면 마호쪽은 부정적인 면으로 비슷한 테마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풀어갔다고 봐도 좋겠지요.

섹스와 사랑에 대한 이상형이 높아진 요즘, 사람들은 한번쯤은 섹스와 사랑에 관한 괴리나 그 순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진실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단지 도락으로서 만족하는 사람도(설사 본인이 의식은 못해도 말이죠),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찾아헤메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만족하는것만이 자신의 진실일수밖에 없는 것처럼 거기에 대한 완벽한 답같은건 찾을 수 없는게 아닌가 합니다.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이 말이죠.

결국, 마호는 자신 나름대로의 결론을 가지고, 미사오와 헤어짐으로서 미사오와의 좋은 추억을 그대로 좋은 추억만으로 남겨둡니다. 그녀가 섹스에서 느낀 절망감을 좋은 추억이었던 미사오와의 관계속에 끼어넣고 싶지 않은 그녀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감정과 인간관계에 내린 선택은..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어떤 의미로 우리안에 자리잡게 되는걸까요? 상처일까요, 아니면 좋은 추억이지만 성취되지 못한 미완성품일까요. 우리는 거기에 '경험' 이라는 골동품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그것을 앞으로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일종의 도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슬픈 일도 좋은 일도 결코 무의미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의 숨겨진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절망속에서 필사적으로 더듬어 찾은 한 순간의 평온..

전체적으로 무기력하고 갈증이 깔린 분위기. 천사도 기적도 찾아오지 않는 세계가 이 게임에서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언뜻보기에 이 게임에서 나온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부서지거나 삐뚤어지거나 세상에 달관한 듯한 그런 사람들로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단지 순수하고, 약할 뿐입니다. 그들은 어떤의미에서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자신이 서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삐뚤어진것처럼 보이는 '솔직함'. 결코 자신을 속이지 못하는 태도가 이 게임의 가장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융통성도 없이 환상과 거짓으로 얻게 되는 한순간의 안식조차 거부하는 주인공의 갈등과 괴로움은, 이 게임에서 말하는 유일한 평온함.. 사람과 사람사이의 '그곳에 있을뿐인 마음'에 대한 간절함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게임은 총체적으로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런 고뇌에 빠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는 편향된 이야기'로 생각할 수 도 있고, '그렇게 죽도록 고민만하면 뭐가 해결되냐?' 라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게임전체에 깔린 캐릭터들의 슬픔과 갈증. 작은 온기나마 손에 쥐려는 그들의 몸부림에서 느껴지는 가련함이 이 게임을 외면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건 '어느 때의 나 자신' 과 분명히 겹쳐보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천사가 없는 12월의 시나리오는 깊은 흡입력을 가지고 있고, 작품에서 말하는 주제를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누구나 이 게임을 접하면 연애와 섹스 그리고, 자신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계기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 이 게임을 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화이트 엘범과 함께 겨울에 어울리는 게임. 천사가 없는 12월이었습니다.


그것은 영원도 아닌,

진실도 아닌,

단지 거기에 있을 뿐인 마음...


by 쏘른티어 | 2005/06/12 00:20 | 요즘은 못하고 있는 게임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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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afe de Lill.. at 2005/07/17 22:58

제목 : 천사가 없는 12월 - 스마데라 유키오 and ...
空を見てる キレイね......すごくキレイ まるで、むこうに誘われてるみたい こんなキレイな世界で死ねたらいいのにね そう......思わない? ........ 이야~ 이거 정말로 위험했습니다 중반까지는요..... 유키오의 저 첫번째 대사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대사들이 정말 말그대로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으니까 말이지요... '살던지 죽던지 상관없지만 죽을 이유가 없으니까 일단 그냥 살아있다' 라니, 너무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까!!! ......-_-#;; 아무튼 중반까지는 저런 악마의 속삭임(-_-)때문에 정말......more

Commented by 질투가면 at 2005/06/24 22:17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천사가 없는 12월.. 좋지 않은 소문을 워낙 많이 들었는지라 플레이를 망설여왔는데... 여건이 갖춰지면 꼭 한번 해봐야 겠다는 결심이 서는군요.
Commented by 코토네 at 2005/09/08 07:13
리뷰가 아주 좋군요. 덧글 달고 갑니다.
Commented by all master at 2005/12/25 19:58
good! 업로드 할게 천사가 없는 12월인데 소개용으로 리뷰 좀 퍼갈게요... ㅈㅅ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7/01/07 03:04
잘쓰셨네요... 잘보고갑니다.^^
Commented by 썰렁황제 at 2007/02/20 16:42
글 잘 읽고 갑니다.

멋진 평이군요 *.* 저도 개인적으로 평을 써 보고 있는데 이래저래 많은 참고가 되네요.
Commented by at 2007/07/19 00:09
글 참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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