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포스팅이네요.
작가들의 필수지침마냥 거창하게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잘나지도 못했으니...
그냥 자기 성찰을 겸해서 올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1. 출판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져라
당신이 출판을 했다면 자신이 출판작가라는 자신감을 가지는게 좋다. 설사 완결된 작품이 하나도 없고 당신 위에 수없이 잘나가는 작가들이 있더라도 말이다. 잘난척하라는게 아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 작가입니까?'라는 수줍음은 벗어던지자. 누가 뭐라 하든 당신이 출판했다는건 적어도 출판사에서 당신의 작품이 팔릴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작품에 어떤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아마추어는 전장에 서있지 않지만
출판작가는 전장에 서있다.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의 혹독한 판매부수의 법칙은 당신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 순간부터 적용된다. 팔릴 가능성이 있는 작품으로 선택되어 그 일선을 넘은 것만으로도 당신은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개나 소나' 출판하지도 못하고 잘 팔리기도 힘들다.
2. 매일 원고를 쓰는 습관을 기르자 작가가 마감을 못지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지정한 시간까지 원고를 다 쓰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는 '글이 안써져서 이다' (물론 이 이유는 작가에 따라 여러가지로 위장되거나 포장되기도 한다). 그렇다. 글쟁이라면 한 번쯤은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글쓰는게 너무 재밌어서 미친듯이 써지는 엑스타시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황홀한 경험이다. 하지만 출판작가가 되고나면 이런 엑스타시를 경험하기 점점 힘들어 질것이다(이 가설에 내 고료를 걸어도 좋다).
잘 써질때만 글을 쓰는건 출판작가에게 가장 나쁜 버릇이다. 물론 안써지는 글을 억지로 쓰는건 고역이지만, 그래도 키보드에서 완전 손을 떼면 안된다. 매일 죽어도 일정분량을 쓰겠다고 계획을 잡아두고(물론 분량미달이 되는 날은 반드시 있다), 하루분량에 못미쳐도 어떻게든 원고를 꾸준히 써라. 그렇게하면 최악의 경우라도 원고는 진행되고 설사 마감이 오버되더라도 더 빨리 끝낼수 있을테니까. 안써진다고 아예 손놓고 시간을 보낼수록 당신은 원고를 대하기 힘들어진다.
3. 당신의 작품은 당신밖에 쓸수없다설사 독자들이 당신의 작품을 대강 훑어보고 '뭐야 또 이고깽이네" "또 이능배틀이네"라고 일반화시키더라도 당신의 작품에는 당신만이 넣을 수있는 고유한 생명력이라는게 존재한다. 작가는 같은 직업이되 전부 다른 인간이니까. 그게 습작수준이거나 클리셰가 과해서 당신의 개성이 희미하게 보이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쓰기 시작한 작품은 어디까지나 당신만이 완전하게 끝낼수있다는걸 염두해두자. 물론 출판계에는 대필작가라는게 있고, 편집자나 다른 작가가 완성시켰다는 흑역사도 더러 있긴 하지만, 당신이 더 좋은 글을 쓸수있는 경험의 일부를 버리지 말라. 자신이 글을 쓰는 과정, 자신이 만드는 작품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 그게 당신을 출판작가로서 더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4. 당신의 최고 컨디션에 맞춰 마감날짜를 정하지 말아라
맹새컨데 당신이 출판작가가 된 이상, 최고의 컨디션, 최상의 조건에서 일하게 될 확률은 소수점이하다. 더러 '힘내면 이까짓거 이 시간안에 쓸수있지!' 라면서 마감을 무리해서 천원돌파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마음먹어서 진짜 예정대로 끝내는 작가는 훌륭한 재능을 가졌다고 격찬해주겠다. 그러나 신은 이럴때는 공정하셔서 모든 작가에게 같은 재능을 내려주지 않았다. 냉정히 자신을 돌아보고 그런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열혈보정을 더한 스케쥴은 접어라. 2번에도 언급했듯이 마감을 빨리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다. 마감이 이미 물건너갔거나, 뭔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있다면 재빨리 편집자와 상담해서 적절하게 스케쥴을 잡자(이미 통조림당했을 확률이 높지만), 물론 편집자는 책을 빨리 내고 싶어하겠지만 당신은 책을 기다리는 독자, 출판사 일정, 자신의 능력을 모두 고려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피하고, 결정된 마감날짜는 반드시 지키도록 하자. 5. 편집자는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파트너다 출판작가가 글을 쓴다는건 외롭다. 누가 같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원고자체는 순수하게 작가의 손에서 창조되기에 창작의 고통도 늘 따라붙는다. 혼자서 조용히 써야 잘 써지는 작가도 있을테고, 출판사에서 통조림당하면서 다른 통조림 작가나 편집자옆에서 적어도 심심하진 않게 쓰는 작가도 있을테지만, 어쨌든 작가는 창작의 고통과 원고집필에 따라붙는 여러가지 문제를 겪게 된다.
이런 문제로 고민할때, 또는 진짜 글이 안써져서 혼자서 어찌해볼수가 없을때, 운좋게 당신옆에 작품의 설정과 스토리를 다 까발려도 되고, 작가로의 고민마저 이해해줄수있고, 매일매일 투덜대도 받아주는 글쟁이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것이다(낄낄).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당신을 지탱하고 복돋아줄수있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의 편집자다.
아아, 마감을 못지켰다면 당신은 편집자를 좀비처럼 두려워하게 됐을테고, 어쩌면 프로의 자존심상 편집자에게 의존하는게 꺼려질수도 있다. 그래도 편집자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하는게 낫다. 단언컨데 그 편집자에게 마감 못 지킨 작가는 당신이 처음이 아닐 것이고, 편집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문제 대부분에 대해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 혼자 끙끙앓지말고 최대한 빨리 문제를 이야기하는게 좋다.
편집자는 당신의 원고를 받아서 편집해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 글을 못쓸때 글을 쓸수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편집자의 일이다. 만약 이런걸 못하는 편집자라면 그 사람과는 일하지 말아라.
6. 독자의 주관적인 감상에 흔들리지 마라
요즘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등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읽은 독자의 감상이나 리뷰를 다이렉트로 볼 수 있다. 그 감상을 떨리는 마음으로 보며 일희일비하거나, 이미 작가로서 당당한 자긍심(또는 당당한 판매부수)을 지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감상문 안쓰고 그냥 읽고 버리는 독자가 더 많다는걸 알아두자.
독자의 '감상'이란 책을 '소비'하는 방식중 하나이며, 자신과 같은 의견을 모으려는 행동이다. 어쨌든 독자들은 자신의 감상에서 당신의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좌악~ 늘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대개 독자 개개인의 취향이라는 굉장히 주관적인 잣대로 이뤄진다. 이건 당연히 그렇게 될수밖에 없다(애초에 자신이 돈주고 산 상품에 객관성이 끼어들긴 힘드니까) 그리고 사람들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라, 어떤 작품이든 재미있다는 사람과 재미없다는 사람은 반드시 나온다. 게다가 취향이란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것에 우선적으로 몰입하므로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도 그 작품에 대해 깊숙이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설사 그게 카노콘급의 단순한 작품이라해도!). 취향은 편견을 낳고, 한 작품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그 작품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쨌건 최선을 다해서 책을 써낸 당신은 이런 주관적인 감상에 마음 쓸 필요가 없다. 좋은 평은 낼름 받아먹고 감사, 나쁜 평은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자. 결국 당신 작품의 생사는 감상이 아니라 판매량으로 결정된다.
아, 그래도 독자의 감상에서 배울점이 있지 않겠냐고?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독자는 언제나 결과를 보는 쪽에 서 있다. 당신이 작품을 쓰는 과정, 당신의 한계, 당신이 책 한 권이라는 한도내에서 뭘 버리고 뭘 취했는지 독자는 신경쓰지도 않고 쓸 의무도 없는 사람들이다. 독자는 당신이 '완성해놓은 작품' 에서 단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지적하지만, 애초에 당신이 완성되지도 않은 원고를 쓰는 시점에서는 어쩔도리가 없거나 취사선택한 부분을 주관적으로 짚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독자 개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서 어느 한 쪽을 만족시킨다고 다른 쪽이 만족한다는 보장도 없고, 특정독자의 의견을 수용한다고 더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작가는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미 어느정도 특정 독자층을 선택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자의 감상에서 확실히 눈여겨 봐야할 점은 있다.
다수의 독자가 입을 모아 지적하는 단점은 고치도록 노력해라. 그건 분명한 단점이다. 독자의 감상을 작품에 반영하는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미 당신은 자기 작품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좋아할수 있도록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을테니까.
7. 당신 책을 '사서' 읽은 사람만 '독자'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여러모로 말이지.
8. 편집자의 충고에는 귀를 기울여라 자기작품에 대해서 고집을 가지는건 작가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신이 맞고 편집자가 틀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편집자가 맞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그게 작가입장에서는 무지 고깝더라도). 출판사 사람들은 당신 이상으로 책을 많이 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 팔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는 물질적인 한계가 있지만, 어쨌든 한도내에서 애를 쓴다. 당신의 작품을 독자보다 먼저 읽은 편집자의 의견은 당신의 작품이 독자앞에 보여지는 것과 유사하다. 냉정하게 이런저런 단점을 들을 수 있고 그걸 수정할 수 있는 찬스도 있다. 그 기회를 어떻게 살리는가에 따라 독자들이 더 좋아하는 작품이 될수도 있다. 편집자와 툭닥대면서 좋은 결론을 도출해내라. 뭐, 당신이 존내 잘 팔리는 작가라면 편집자는 그냥 마감지켜줘서 감사감사만하고 끝날수도 있겠지만(....)
9. 자기가 쓰고 싶을걸 쓰되,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자
1번에서도 말했지만 출판작가가 되었다면 당신의 작품은 뭔가 주목할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름대로 장기를 가졌고 선호하는 장르도 있을 것이다. 독자가 취향이 있듯이 작가도 취향이 있다. 그리고 모든 작가는 자신이 재미있을것 같은 이야기를 쓴다. '독자를 위해서 작품을 쓴다?' 그렇다면 그 작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보다 대중적인 취향을 충족시킬수 있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아니면 이미 네임벨류와 자기 독자층을 충분히 확보한 인기작가여서 할수있는 말이거나). 물론 출판작가는 '자신이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들도 재밌을 이야기'로 최대한 환원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에서 '작가의 재미'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자신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써서 남을 재미있게 하기는 어렵다.
또한 작가들은 자신이 재밌을거 같은 이야기를 쓰기 위한 무기를 갈고 닦기 마련이므로 그것을 최대한 작품에서 활용하는것도 중요하다. 액션신을 잘쓰는 능력, 맛깔나는 대사를 쓰는 능력, 특정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 훌륭한 연출을 꾸미는 능력, 설정을 잘 짜는 능력, 탄탄한 문장력등등,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무기는 다르다. 당신의 무기는 작품에서 당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준다. 어떻게든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작품을 구성하는게 좋다.
더러는 자신의 취향이 캐마이너해서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써라! 쓰되 어떻게든 독자들을 재밌게 만들수있는 모든 수단을 연구해보라. 의외로 좋은 작품이 나올수도 있다. 그래도 안되서 박살나면? 그냥 박살나고나서 다른걸 쓰면 된다. 그 작품이 실패했어도 나름 데이터는 축적했을 것이다. 다음권이나 두번째 작품은 더 나아질수도 있다. 정 자신의 작품기획력에 자신이 없다면 편집자와 상담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향은 바뀔수도 있고, 좀 색다른걸 쓰고 싶어지는 것도 작가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욕망이다. 일단은 가장 쓰고 싶은 것에 충실하자.
10. 출판계의 불황이고 나발이고 자신의 일에만 신경써라우리는 모두 한계를 느끼면서 살아간다. 현실에 절망하기도 한다. 많은 출판작가들이 출판계의 현황에 대해서 희망과 절망을 나란히 품고 살아간다(개인적으로는 요즘은 좀 낫다고 느끼지만).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가지가지 있겠지만, 장르소설 출판작가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재밌는 작품을 써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냥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재밌는 작품이 많이 나오는게 시장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길이니까. 어차피 한국 장르소설계는 확대,축소,변화를 계속 반복했고, 장르소설을 즐기는 독자층이 갑자기 분노바이러스에 감염되 모두 좀비라도 되지 않는 이상, 힘들수도 있겠지만 망할 일은 없다. 어차피 안정적으로 돈많이 버는 직업이 뭔지 다들 알면서도 글쟁이된거 아니었나? 그리고 소설가는 확률은 낮지만 어느날 갑자기 대박칠 수 도 있는 몇안되는 직업인걸 항상 잊지 말자.